잡지 MOE 2021, 12월호 발췌
골든 카무이의 감수를 맡은 나카가와 히로시 씨가 아이누 이야기의 세계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카무이란 무엇인가
카무이는 아이누(=인간)에 대응하는 말로 흔히 '신'으로 번역됩니다. 확실히 카무이는 신과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면 아이누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단은 카무이를 카무이로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누의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동물도 식물도 인간이 만든 집이나 배도, 즉 자연도 도구도 모두 카무이입니다. 또한 천연두 등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질병이나 천둥같은 자연재해도 카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라고 말하는 편이 알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일본 사람도 여우신이나 신목 등 특별한 동물이나 나무만을 신성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누에게는 곰이라면 모든 곰이 다 카무이입니다. 다만 사슴이나 연어는 많은 지역에서 카무이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카무이가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풍부한 '식량'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며, 이 세계에서의 '역할'에 따라 카무이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됩니다. 당시에는 그만큼 사슴과 연어가 많이 서식했던 것이죠. 반면 곰 카무이는 단 한 마리가 200~300킬로그램이나 되는 기름기 많은 맛있는 고기를 인간에게 가져다줍니다. 게다가 모피부터 내장까지 전부 버릴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카무이로서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라는 감사와 존경을 받았죠.
카무이와 아이누의 대등한 관계
카무이들은 원래, 카무이모시리(카무이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거기서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사람과 똑같이 살고 있습니다. 다만, 그대로는 영혼의 상태이고 인간은 카무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들의 눈에 보이게 의상을 입고 아이누 모시리(인간들이 사는 세계)로 찾아옵니다. 동물 카무이라면, 그 의상은 모피와 고기이며 카무이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동시에 인간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치사토 유키에 씨가 쓴 '은방울 떨어지는 주위에'에는, 부엉이 카무이가 가난한 아이가 쏘아 올리는 화살에 스스로 맞으러 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을 내밀어 그 작은 화살을 잡았습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카무이가 스스로 몸을 내던져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선물을 가져다 주는 카무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나우(목폐=나무를 돌돌 만 리본 모양으로 깎아 술처럼 만든 것)나 술을 바치고, 아이누모시리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도록 노래도 부르고 신나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드리면서 카무이모시리에 돌려보내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나우와 술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므로, 카무이는 그것을 기꺼이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인간은 카무이가 자신들에게 다시 선물을 가지고 찾아오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즉, 카무이와 아이누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며, 카무이밖에 만들 수 없는 것,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을 각각 선물로 교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자는 대등하므로 인간이 카무이에 대해 나쁜 행동을 하면 재앙이 일어나고, 비록 지위가 높은 카무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심한 행동을 하면 벌을 줍니다.
일단은 이런 카무이와 아이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아이누 문화를 아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
아이누는 교역의 민족
현재 기록된 아이누 문화는 13세기경에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홋카이도에는 조몬 문화, 찰문 문화, 오호츠크 문화가 있었지만, 아이누는 이들의 대명사인 토기의 사용을 일찍이 그만둬 버렸습니다. 현재도 일본인은 흙으로 도자기를 계속 만들고 있으니, 이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 이유는 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아이누 요리의 중심은 오하우라는 쇠 냄비를 사용한 요리이고, 마키리(손칼)도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도구입니다. 아이누인이 어떻게 철기를 손에 넣었냐면 혼슈(당시는 가마쿠라 막부가 있던 시대)와의 교역을 통해서였을 것입니다. 아이누 문화는 교역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까 카무이와 아이누는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했는데, 이런 사상의 배경에 교역이 있었던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덧붙여 아이누인들이 교류하고 있던 것은 일본인만이 아니었습니다. 13세기에는 사할린 아이누가 몽골제국과 싸운 기록이 있고, 아무르강 유역의 주민과도 활발하게 교역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누는 여러 장면에서 세계사에 관여하고 있는 거죠.
아이누의 구전 문예
아이누는 문자를 갖고 있지 않았고 문학은 구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문자가 없는 민족은 얼마든지 있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기는커녕 권력자가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죠. 구전이라면 그 자리에 있는 여러 사람이 잘못을 정정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정확하게 후세에 전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자의 사용은 '국가'의 기록과 기독교 포교 때문에 전 세계로 확산됐지만, '국가'가 없는 아이누에게는 문자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누의 문화나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제일이죠. 몇 가지 장르로 나눠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산문 설화
먼저 산문 설화(우에페케레 등)로 불리는 것. 이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인간의 시점에서 말하는 것으로, 일본어의 '옛날이야기'나 '민화'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다만, 일본의 옛날이야기와 달리 '정말 있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대부분은 인간이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골든 카무이'에도 등장했던 '파난페 페난페 이야기'라는 코믹한 짧은 이야기를 대표적인 우에페케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이것은 특수한 부류이고,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에페케레에는 동화라든가 판타지처럼 생각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만, 카무이에 둘러싸여 살았던 옛사람들에게는 인간 이외의 여러 존재에 의해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카무이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전개는 친숙하게 현실로 느껴지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 신요
다음은 신요(카무이유카라 등)로 불리는 노래. 카무이유카라는 아이누어 화자라면 누구나 몇 개는 알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에페케레가 인간의 체험담인 데 반해 카무이유카라는 카무이가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합니다. 앞서 언급한 '은방울 떨어지는 주위에'도 이야기의 마지막은 "~라고 부엉이의 신이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문구로 끝이 납니다.
덧붙여서 골든 카무이 작중에서 아시리파 씨가 부르는 '야마시기의 사랑점'도 카무이유카라입니다.'노노치키' 부분은 사케헤라고 불리는, 그 이야기에 고유한 특징적인 말로 '반복' 등으로 번역됩니다. 사케헤를 반복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카무이유카라의 특징입니다.
3. 영웅 서사시
그리고 영웅 서사시(유카라 등)라고 불리는 것. 이것은 경이로운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장대한 싸움을 벌인다는 마치 '드래곤 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에페케레와 카무이유카라는 모두 같은 세계관 윤리관에 서서 각각 인간 쪽에서 본 이야기냐 카무이 측에서 본 이야기냐의 차이인데, 유카라의 무대는 그것들을 뛰어넘은 이공간과 같아서 주인공들은 하늘을 날아 허공을 질주하고 그 모습을 멋진 대사의 반복과 멜로디를 동반하여 이야기합니다. 유카라를 말하는 사람에게는, 리듬감이나 기억력, 지식이라고 하는 특수한 기능이나 재능이 요구됩니다.
4. 전설
마지막으로 전설(우파시쿠마)도 소개해드릴게요.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고장에 전해지는 전설이나 사물의 전래 등을 전하는 것입니다. 속담이나 격언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까요? 골든 카무이에는 불곰은 굴에 들어간 인간을 절대 죽이지 않는다거나 해달고기는 꼭 남녀 둘이서만 먹으라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것이 우파시쿠마입니다.
아시리파 씨가 현대에 살아 있다면
만약 아시리파 씨가 현대에 살고 있다면 100세를 훌쩍 넘은 할머니일까요? 저는 1976년부터 아이누 문학 기록 활동을 시작해 많은 후치(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아시리파 씨와 자매나 다름없는 세대였습니다. 아시리파는 당당하고 씩씩하게 말하는 멋진 여성이지만, 제가 만난 후치들도 심지가 곧고 다부진 기분 좋은 할머니들뿐이었습니다. 골든카무이를 읽다 보면 아시리파 씨도 후치들처럼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미 많은 분이 돌아가셨지만, 노다 사토루 선생님 덕분에 소녀 시절의 후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누와 북방 민족의 아름다운 자수, 문양 (2) | 2023.01.16 |
---|---|
아이누의 아름다운 수작업 목조가 카이자와 토오루 씨를 찾아 니부타니로 (0) | 2023.01.14 |
골든 카무이 시대의 북방 민족 (1) | 2023.01.13 |